하루하루/2008년

그 남자. 그 여자.

연두군 2008. 1. 11. 23:37

7호선 대림역에서 논현역까지 12정거장.
유텐군도 배터리가 다되고, 심심하다.
건너편에 앉은 두사람.
청바지에 흰 운동화를 신고, 잠바를 두둑하게 걸친 무뚝뚝해 보이는 그 남자.
정장에 구두를 신고, 애교가 많아보이는 그 여자.
한눈에 커플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,
코트를 받아주고, 가방도 들어주고,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걸 봐선 연인인가보다.
지루한 지하철...
이럴땐 역시 게임.
핸드폰으로 게임을 열심히...진행하던 차에...
어느덧 이수역.
갑자기 낮지만 단호한 건너편 자리에 앉은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.
"오빠는 나를 이해 못하고, 나는 그런 오빠가 이해안되고.."
"결국 우리는 맞지 않는거야!"
목소리가 크거나, 날카롭지는 않았지만...
소음에 묻혀 잘 들리진 않았지만, 그녀는 그렇게 단호하게 그렇게 말했습니다.
그 남자는 멍한 표정이 되었습니다..
무슨 말을 해야할까, 뭐라고 해야할까...
왜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일까.
분명 몇정거장 전에 지하철을 탈때만해도
그녀는 즐겁게 웃었는데, 그녀의 표정은 왜 저렇게 차갑게 변해버린걸까.
그 남자는 그런 저런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 듯한 표정입니다.
"...야"
"똑같은 얘기 하려면 나한테 말시키지마"
그녀는 그의 말을 툭 자르고, 외면합니다.
얼굴이 하얀 그여자.
어느덧 고개를 돌린 그 여자의 코끝이 빨개집니다.
눈에도 살며시 눈물이 고입니다.
그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며, 많은 생각이 오가는 듯한 표정입니다.
.....
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...
걸어오는 내내, 궁금했습니다. -_-
머...지하철 몇 정거장 같이타고온 짧은 인연이지만,
좋은 결론을 내셨길 바랍니다.